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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납세가 존경의 가치기준이 되는 사회
작성자
김갑용
조회 2928 작성일 2020-02-02
 

<>경남 합천에는 해인사라는 유명한 사찰이 있다. 이곳에는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판이 소장되어 있으며, 이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건물이 바로 장경각이다. 그런데 이 장경각의 구조를 자세히 보면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습기에 약한 목판 활자본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우선 공기의 흐름을 자유롭게 했다. 즉 완벽한 통풍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장경각 앞에 서면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다음은 바닥이다.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차단하기 위해 흡착력이 우수한 숯과 소금을 바닥에 묻었다. 이러한 이유로 6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목판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오고 있다.

 

<>경제 단상에 갑자기 무슨 팔만대장경판 얘긴가 하겠지만 나는 여기서 “세정의 원리”를 배우고자 한다. 즉 세정은 바로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각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활동은 아주 자유롭게 그러나 경제활동으로 인해 발생되는 이익에 대한 과세는 공기의 흐름처럼 매끄럽게, 그리고 습기에 썩지않게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돈도 공기나 물처럼 흐르는 길이 있다. 길을 인위적으로 대책없이 막을 경우에는 반드시 재앙이 뒤따른다. 그렇다고 방치해둘 수는 없는 일. 무리없이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곳에 적절한 장치를 마련, 흐름을 관리감독할 뿐아니라 이용자들의 불평불만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단순히 조세정책으로는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 특히,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 다시말하면 세금을 열심히 내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이야기 “세금 잘내는 사람만 봉이다”. 불만의 주된 내용은 바로 불공평이다. 일반 서민들이 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성실납세자와 불성실납세자 그리고 저소득자와 고소득자 별차이가 없다. 오히려 불공평한 요소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성실납세자는 자신이 바로 “봉이다“라는 볼멘소리를 한다.

 

<>성실한 납세자가 이득을 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납세 실적이 우수한 사람에겐 반드시 그 만큼의 혜택을 줘야 한다. 즉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이 많고 적은 것은 단순히 세액의 많고 적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수익에 대한 정당한 비율 만큼 납부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자들이 별로 존경을 받지 못한다. 나는 그 이유를 여기서 찾으려고 한다. 과연 그들이 수익에 합당한 만큼의 세금을 납부한다면, 아마 모든 국민들은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다고 믿고 있으며, 부자들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적게내거나 내지 않으려고 오히려 돈을 쓰는 사람들이라는 비난을 받는지도 모른다.

 

<>이 부분을 조세정책이나 세무행정으로 해결을 해야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특정인, 특정집단, 특정한 계층이 특별한 이익을 누린다거나 과다한 이득을 취할수 있는 구조나 환경 그리고 그것을 좌시하는 법도 역시 심판 받을 대상이다.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는 올바른 조세정책과 진실한 세무행정을 제안한다.

 

<>나는 창업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 잠깐 창업상담의 실례를 살펴보자. 하루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나를 애타게 찾았다. 전화속의 주인공이 하는 얘기는 3억을 투자하면 한달에 평균 순익이 1,300만원이 되는 식당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상담을 통해 상세하게 내용을 들어보니 내용은 대충 이렇다. 문제의 식당은 고기집으로 현재 주인은 2년전 놀고 있는 땅 주인에게 보증금에다 월세를 얼마 주기로 하고 5년 계약으로 건물을 짓고 식당영업을 했다. 이 식당을 무려 3억이 넘는 금액으로 인수하려는 것이다. 그저 영업권만 다시말해서 3억은 순전히 권리금인 셈이다. 20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창업하려는 그는 돈을 많이 벌수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을 뿐 함정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해서는 안되는 몇가지 이유를 들어 하지 말 것을 권했다. 권리금은 말 그대로 권리를 사는 값이다. 영업이 잘못되면, 보상받을 수 없는 돈이다. 그래서 초보창업자인 경우 권리금 비중이 높은 형태의 창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소자본 창업의 최대 걸림돌인 점포의 권리금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자. 권리금은 점포를 경영하면서 투자된 무형의 자산을 돈으로 환산한 가치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것을 돌려받는 것이 바로 권리금. 말이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즉 필요악(必要惡)이다. 실제로 권리금이 많은 점포가 장사가 잘된다고 할 수는 없다. 창업에는 여러 가지 성공요소들이 있으며, 입지만으로는 성공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세정으로 권리금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받은 입장에서는 “나도 권리금 주고 들어왔으니 당연히 받아야지” 하지만 초보창업자 입장에서는 몹시 못마땅하다. 왜냐하면 권리금이 성공의 보증수표가 아니기 때문에.

 

<>세금얘기로 돌아가자. 즉 무형의 자산도 정당한 자산으로 인정해 주고 합법적으로 과세를 하는 방법은? 물론 세금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정립 되어야겠지만 어쨌든 권리금도 초기투자비로 인정하고 규모만큼의 수익이 발생되지 않을때까지는 과세 기준을 달리하는 등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면 양성화 되지 않을까?

 

<>다시 해인사로 가자. 장경각의 건축구조는 신비에 가깝다. 경제 문제를 건축의 원리로 접근한다는 것이 다소 불합리한 부분도 있으나 요지는 모든 경제활동의 윤활유 역할로서의 조세정책과 세무행정은 마치 장경각에 흐르는 공기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부패하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성실납세자에 대한 차별정책도 있어야 한다. 세제상이나 행정절차상 아니면 점포의 경우 “세금 잘내는 집”을 선정 인증서를 교부하고 사회의 귀감으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자랑스러운 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 결국은 부조리가 적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납세의 성실성 여부가 존경의 가치 척도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은 바로 세정관계자들의 몫이다. 팔만대장경판을 완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피땀 흘려 지혜를 짜낸 장경각의 목수들 처럼.

 

* 이 글은 한국조세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김갑용·이타창업연구소 (www.itabiz.net)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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